2013년 7월 27일 토요일

욕불에 대한 짧은 생각

하루 중, 시간이 나면 나는 에셈 커뮤니티 구경을 꽤 많이 하는 편이다.

이 세계에 발을 디딘 지도 3년, 긴 시간동안 나름대로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내 나름대로의 철학을 어설프게나마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난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다.

직접 경험하는 것은 부족함을 채우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 모른다만, 돔은 섭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고 난 아직 내 섭을 책임질 수 있을지 모르겠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쪽지 보내고 구인글을 쓰고 하는 건, 아마도 직접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일거다.

이 세계에서, 이런 마음은 보통 '욕구불만', 줄여서 '욕불'이라 한다.



구인글을 쓰러 구인글 전용 공간에 들어가면 은근 많이 보는 제목이 '준비된 펨섭'이다.

근데, 대체 뭐가 준비되어야 준비된 펨섭인지 난 잘 모르겠다.



펨섭도 사람이다.

다만 자신이 믿는 (멜이든 펨이든) 돔을 선택하고, 그 돔에게 자신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자유를 일부 맡기는 사람일 뿐이다.

더군다나 요즘 세상이 좀 험한가. 이 세계는 조금만 삐끗하면 신문 사회면에 나기 딱 좋은 일들을 많이 벌이는 세계고, 그만큼 돔이든 섭이든 각자의 준비가 필요한 건 인정한다.

그런데 '준비된 펨섭'이라는 글 뒤에 보이는 감정은, 왠지 모르게 '욕불'같다.

내 말에 뭐든지 따라라.

난 돔이니까 내가 누구고 어떤 사람인지는 따지지 마라. 난 너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이고, 넌 내 말만 따르면 그만이다.

뭐..... 이런 느낌이랄까?


올해 스물아홉. 아홉수라는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런지 나도 문득 디엣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전에 나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 고민을 한번 해 봐야겠다.

2013년 7월 26일 금요일

3년만에 열어보는 블로그

3년,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취업 시험에서 3번 미끄러졌고, 내가 원하는 직업에서 2년 6개월간의 실제 경험을 쌓았다.

나름대로 일을 열심히 하려 노력하지만 열심히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다치고 실수하는, 그저 그런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다.

꿈이 서서히 멀어지는 듯한 느낌에 한강변에 서서 깊고 검은 물의 매력에 이끌리기도 했다.

일상에 치여 꿈이 멀어지지 않았나 고민도 해 본다.

내가 원하는 일이, 내게 어울리는 일인가도 고민한다.

그렇게, 초보 사회인으로서의 일상을 지내는 나는 2년간의 시간을 고민하며 보냈다.


여전히 초보다.

그래도 달라진 건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

대화를 통해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을 인연으로 들이고 싶은지를 천천히 찾아간다.

생각이 깊어진다.

그만큼 조급해지고, 좌절도 겪는다.

인연을 찾는 글에 아무런 응답이 없는 경우도 많이 겪었다.

스스로가 어떤 형상으로 고정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시도하고, 깨지고, 그래도 다시 일어나 또 시도한다.

그게 찌질해 보일 지라도, 내가 필요하다면 하는거다.

그렇게, 초보 에세머로서의 일상을 지내는 나는 2년간의 시간을 공부하며 보냈다.


일상에서든 에셈에서든 나는 초보다.

초보는, 실패가 허락된 몇 안되는 직위 중 하나.

그렇기에 나는 초보로서 많은 것을 실패하며, 마지막의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거다.

스스로가 어떻게 느껴질지라도, 나중에는 다 추억이 될 것 아닌가.

그러니까, 오늘도 열심히 실패하고, 깨져 보자.